(종합)'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부실수사 논란…경찰 "필요한 부분 재수사"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 제보자·유력 용의자 인터뷰
당시 경찰관 "기억 안 난다" "다 잊고 사는데 왜…" 회피
충북청 "국민께 심려 죄송…지방청 형사과가 직접 수사"

[중부광역신문  2019-06-24 오후 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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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사건인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방송 전파를 타며 당시 수사를 담당한 충북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18년이 넘도록 죽음의 실체와 범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공사장 맞은편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소윤(당시 16세)양은 두 손목이 잘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공사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을 수사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하고 사건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겼다. 

지난 22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사건을 18년 만에 재조명했다. 제작진은 당시를 기억하는 제보자와 제보자가 지목한 유력한 용의자를 만났다.

제작진은 이를 통해 당시 공사장 인부로 일했던 한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 남성은 살인 의혹을 부인했으나 입술 옆이 떨리는 등 시청자들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보였다. 제작진이 꺼내지 않은 '강간'이란 단어를 먼저 사용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충북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는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난하고, 재수사를 촉구하는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한 글쓴이는 "기억이 안 나면 굿을 해봐라. 모든 게 해결될 거다"라며 경찰을 조롱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수사 노트를 이미 몇 년 전 다 태웠다", "모든 사람들이 잊고 평온하게 사는데 그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 등의 말을 했다. 

또 다른 형사는 "방송의 취지가 범인을 잡아주려 하는 거냐. 아니면 그냥 흥미 위주로 가는거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한 시청자는 "방송에 나온 경찰관들 꼭 징계 받도록 해달라"며 "경찰 수사권 조정은 아직 안 될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충북지방경찰청은 24일 오후 5시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란 제하의 글을 통해 "방송 내용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특히, 어린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채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등 수사 과정상 여러 가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2001년 발생해 아직까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어 충북경찰청 수사 관계자들에게도 뼈아픈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다"며 "당시 수사력을 총동원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으나 직접 증거가 부족해 결국 '혐의없음'으로 처리했고, 지금도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어 "다시 심기일전해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며 방송보도 내용 중 수사가 필요한 부분(제보내용, 새로운 용의자 등)은 충북지방경찰청 형사과에서 직접 관장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 중부광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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